완연한 봄이 왔다. 옷장 속 두껍고 무거운 옷들을 정리할 때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지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정리 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의욕이 저하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 이번 포스트를 통해 두꺼운 스웨터, 푹신한 코트와 조금 더 세련되게 헤어지는 법을 정리해본다.
잠시만 안녕. 겨울옷과 이별해야 할 때가 돌아왔다.
Chap.1 반려 곰팡이를 키울 생각이 없다면!
자, 본격적인 정리에 들어가기 전에 동기부여부터 고취시켜자. 혹시 ‘난 옷도 별로 없고, 옷장도 널널해서 굳이 정리까지는 필요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몇 달만 지나면 다시 꺼내야 할 옷들을 굳이’라는 합리화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겨울옷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곰팡이와 냄새가 생길 수 있다. 겨울옷은 보통 두껍고 재질이 무거워 통풍이 잘 안된다. 행여 옷이 축축한 상태에서 방치가 되면 곰팡이가 퍼지기 쉽고, 이로 인해 옷에 불쾌한 냄새가 배일 수 있다.
둘째, 원치 않는 벌레를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겨울옷은 양모나 캐시미어 같은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재는 해충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옷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나방이 옷을 갉아먹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셋째, 공간의 낭비다. 겨울옷을 꺼내 펼쳐보면 생각보다 훨씬 부피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를 그대로 두면 그만큼 옷장 공간을 불필요하게 차지한단 얘기가 된다. 봄과 여름에 옷을 넣을 공간이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 옷을 꺼낼 때마다 옷장 내에서 옷들이 구겨지고 형태가 망가지는 등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넷째, 옷의 수명이 줄어든다.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겨울옷은 재질이 손상되기 쉽고, 색이 바래거나 신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결국 옷을 더 자주 교체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어떤가, 조금이나마 정리하고 싶은 의지가 생겼나? 이런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실제로 해보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진다. 겨우내 지겹게 입었던 옷들을 싹 치우고 가볍고 산뜻한 옷들을 보기 좋게 진열하는 것 만으로도 꽤 훌륭한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이다.
Chap.2 생존경쟁 먼저, 그 다음은 줄세우기
자, 준비가 됐으면 시작해보자. 가장 첫 번째 순서는 정리할 옷을 모두 꺼내서 펼쳐보는 것이다. 상태를 점검하고 ‘솎아내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옷 정리에 애를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부분을 건너뛰기 때문이다. 겨우내 한번도 입지 않았던 옷을 다시 겹겹이 싸매고 그해 겨울에 다시 꺼내 걸어 놓는 행동을 매년 반복한다. 그러니 정리를 해도 티가 안 나는 것 같고, 옷장 내 공간은 늘 부족하다. 기억해두자. 정리는 버림의 미학이다.
펼쳐 놓은 옷 중에 최근 2년 간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을 과감히 탈락시키자. 쉽게 말해 버리라는 말이다. 아까워 할 필요 없다. 높은 확률로 앞으로의 2년 간도 입을 일이 없는 것들일테니 말이다. 고가이거나 비교적 신상이라면, 당근을 하든지 기부처를 찾아보자. 매 시즌 옷장 속을 재평가하고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겨울옷 정리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순서는 분류다. 옷의 종류 별로 접거나 말거나 거는 등의 보관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간략한 분류법과 보관법은 다음과 같다.
- 아우터: 코트, 자켓, 파카 등 겉에 입는 두꺼운 겨울옷이다. 보통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옷들은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단단하고 넓은 어깨 부분을 가진 옷걸이를 사용하여 코트나 자켓이 늘어지거나 구겨지지 않도록 한다. 통풍이 잘되는 옷 커버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찾아 은닉시켜보자. 쇼파 틈새도 좋고, 침대 밑도 좋다. 자신의 환경에 따라 창의적인 공간 창출력이 필요하다.
- 스웨터와 니트: 여러 종류의 스웨터, 카디건, 터틀넥, 니트웨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세로로 접어서 정리하는 것을 권한다. 다이소 등에서 파는 종이 박스에 차곡차곡 넣어 테트리스하듯 쌓아두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 바지와 레깅스: 두꺼운 겨울 바지는 접어서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로로 두 번 접은 후 가로로 한 번 또는 두 번 접어서 네모난 형태로 만들면 옷장이나 서랍 안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름을 방지해야 하는 바지의 경우는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기도 한다. 바지걸이를 사용하거나 바지의 허리 부분을 접어 옷걸이에 걸면 바지가 늘어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 그 밖의 아이템들: 모자, 스카프, 장갑, 귀마개 등 겨울철 액세서리는 비교적 부피가 작기 때문에 소형 보관함이나 별도의 서랍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부츠와 겨울 용 신발 등은 신발장의 가장 깊숙한 곳이나 신발 상자에 따로 보관해보자.
일명 ‘콘마리 방법’으로 통하는 세로 접기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면서 필요한 옷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방식이다.
Chap.3: 세탁 후 보관? 보관 후 세탁?
이 밖에도 겨울옷을 정리할 때 고민되는 포인트를 몇 가지만 더 짚어보자. 먼저 진공팩 사용에 대한 팁이다. 진공팩은 공간 부족을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모든 옷을 마구잡이로 쑤셔 넣어서는 곤란하다. 옷의 소재가 진공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테면, 실크나 레이스와 같이 섬세한 소재의 옷은 손상의 위험이 있고, 가죽 제품 역시 공기가 안 통하면 균열이나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 털이나 울 소재는 공기 중의 습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진공팩은 곤란하다. 일부 프린팅 옷들도 압축 과정에서 프린트가 변색되거나 다른 부위로 묻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겨울옷 정리 시 은근히 딜레마를 느끼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세탁해서 집어넣을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꺼내 입을 때 세탁할 것인가’하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반드시 세탁해서 보관해야 한다. 우리 옷에는 은근히 많은 오염물질이 달라붙어 있다. 특히 너무 두꺼운 나머지 세탁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겨울옷에는 땀, 피부의 기름, 먼지 등 여러 종류의 오염 물질들이 붙어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오염물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오래 방치할수록 제거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더욱이 옷에 묻은 오염물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옷의 소재를 상하게 하여 옷의 수명마저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물론 필요한 때에 바로 옷을 꺼내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세탁 후 보관의 큰 장점이다.
실크, 가죽, 털, 울, 프린팅 의류 등은 가급적 진공팩 사용을 피해야 한다.
겨울옷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약품이나 방향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습기를 조절하기 위한 방습제 역시 곰팡이와 냄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일부 약품이나 방향 제품을 사용할 때도 주의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제품을 옷에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 두어 옷이 직접적으로 닿아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용자가 특정 향이나 화학 물질에 민감하지 않은지도 따져봐야 한다.